[아이언피스트] 시즌1, 에피8 중반부까지의 감상기
※ 이 글에는 아이언 피스트 시즌 1 중반부까지의 스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이언 피스트, 시즌1 에피소드8 까지의 감상기
기다리고 기다리던 마블 아이언피스트가 3월 17일 전편 공개되었다. 앞서 공개했던 디펜더스 다른 멤버들의 드라마들은 흥행과 비평에서 모두 좋은 성적을 냈기때문에, "마블-넷플릭스 드라마" 불패라는 공식이 세워졌을 정도였는데, 과연 이 드라마는 어떨지... 궁금해서 3월 17일 저녁부터 주말 동안 계속 보기 시작했다.
나는 대니 랜드, 쿤룬의 후계자 아이언 피스트!
죽은 줄로만 알았던 재벌 2세가 15년만에 철권유단자, 아이언피스트가 되어 돌아왔다. 라는 기본 설정만으로도 흥미로운 이야기 거리가 많을 것 이라고 생각했다. 첫번째 에피소드만 해도 대니가 사라진 뒤에 "랜드 그룹"을 도맡아서 운영하던 "워드&조이 미첨 남매"와 돌아온 대니와의 경영권분쟁, 대니의 신분 확인 등 앞으로 벌어질 일들이 굉장히 타이트하게 잘 구성되겠구나 싶었는데 이 갈등은 에피소드3 쯤에 가서 아무렇지도 않게 대니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절반의 지분도 그대로 인정을 해준다. (물론 아무도 궁금하지 않을 모종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기는 했지만...)
지분과 신분을 모두 회복하고 나서 대니는 회사의 주요 결정과 관련된 각종 미팅에 참여를 하는데 상당히 "이상적"인 기업가의 모습이 된다. 물론, 그간 죽어라 기업을 키워온 미첨남매와 이사회의 조언들은 나몰라라 한 채...
새로 개발한 신약을 원가에 공급하겠습니다!
생산 공장 근처에 주민들이 자꾸 아프다고?
그러면 공장을 중단 시키겠습니다!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물론, 근로자들의 월급은 모두 지급하겠습니다..!
어쩌면 내가 너무 냉소적이고 기업입장에 서는 시각으로 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모든 결정들이 "아름다운 사업가"의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이 아니라 그냥 "어리광 부리는 떼쟁이"의 모습으로 보여진다는 것이 문제이다. 이 일들을 뒷수습하기 위해 노력하는 미첨 남매가 안쓰러울 지경이다. 그런데다가 이렇게 일들을 저질러 놓고서는 자신은 쿤룬의 수호자이고 숙적인 핸드를 물리쳐야 하므로 나는 걔네를 잡으러 갈꺼야 안녕~ 하고 사라지기 일쑤이다.
분명 대니 랜드가 주인공인 드라마인데 캐릭터가 너무나 평면적이다. 오히려 아버지때문에 반강제적으로 랜드 기업을 이끌어가고, 그에 따른 스트레스로 인한 약물 중독에... 대니가 돌아오면서 폭발하는 열등감... 끊임없이 사랑을 구걸하고... 그러면서도 나중에는 그냥 퇴직금만 좀 챙겨주면 나는 조용히 떠날게.... 라고 말하는 "워드 미첨"의 캐릭터가 더 입체적이고 공감이 간다. 매 에피소드마다 눈물을 글썽거리며 편집증과 분열증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왜 이렇게 짠하고 마음이 아픈지... 대니가 어린애처럼 어리광 피우는 모습과 대비되어 더욱 감정 이입된다.
강철 주먹 발동...! 에는 충전이 필요해
분명 드라마 시작전 알음알음 알게된 아이언피스트는 "마블 코믹스 내 최강의 맨손 격투가, 기공무술의 대가"의 이미지였다. 그런데 드라마에서 구현되는 능력은 마치 게임속의 충전-사용-스턴상태의 스킬을 보는 듯 하다. 당연히 주요한 공격과 싸움이 있을때마다 강철 주먹이 파바박! 하고 나서서 해결해 줘야 하는거 아닌가, 싶은데 기를 모아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발동에 시간이 좀 걸리고 한번 쓰고 난 뒤 다시 쓰려면 기를 충전할만한 여유 시간이 필요하고... (응?) 코믹스를 보지 않아서 코믹스 상에서도 이런 설정인지... 잘 모르겠지만 화려한 맨손 격투를 생각했던 나로서는 좀 실망스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영화와 드라마간 실력차를 두기 위해 다운그레이드를 한건지 모르겠지만 작년에 개봉했던 닥터 스트레인지는 몇개월 만에 외계인과 엄청난 싸움을 하는데 15년동안 쿤룬에서 무술은 연마했다는 최강의 맨손 격투가가 이정도야..? 싶을 정도로 밸런스 붕괴가 심하다.
대니가 왜 싸우는 거야? 무슨 이유로?
대니 랜드 캐릭터에 감정이입이 잘 되지 않는 큰 이유는, 핸드에 왜 복수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동기부여가 너무 약하다. 중반 이후에 나온다면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왜 그렇게 핸드를 몰아내기 위해서 열을 올리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앞서 극찬을 받았던 마블 드라마들을 보면 사회적 약자, 범죄 피해자, 그리고 소외 받는 사람들이 주인공이었고 그들이 사회적 편견에 대해 고뇌하고 싸우는 모습들로 주로 전개되었다. 데어데블의 경우 맹인+변호사+초인적능력, 그리고 이 길이 맞는 길인가 과연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끊임없이 고뇌하고 되묻는 스스로 자기성찰을 계속하는 히어로의 이면적인 모습을 제대로 다루었었고, 제시카 존스 역시 본인이 초인적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마인드 컨트롤과 성폭력 피해자였고, 다른 피해자를 구원하고 도와주기 위해 계속 노력한다. 루크 케이지 또한 할렘가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권 싸움과 그에 대항하는 이야기를 촘촘하게 구성하여 보여주었다. 그런데 아이언 피스트에는 그런 "동기"가 없다.
15년전에 불의의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재벌2세가 돌아왔다. 그래서...? 비교적 손쉽게 다시 지분도 회복했는데...? 핸드가 대니의 적인가? 아이언피스트의 적인가? 쿤룬의 숙적이라는데 그게 왜? 그런데? 라는 설명이 부족하다. 그저 운명처럼 핸드와 싸워야 한다라고 치부하기에도 그에 대한 연결고리가 공감이 되지 않는다. 단순 입버릇처럼 "나는 쿤룬의 계승자이니까!" 라고 하지만, 그게 왜 15년만에 찾은 회사와 친구들, 고향땅을 두고 다시금 금방 중국으로 날아갈만큼 중요한 일인지 전혀 와닿지 않는다.
계속되는 화이트 워싱 & 서양시각의 동양문화 소비 논란
아이언 피스트에서도 역시, 닥터스트레인지에서 불거졌던 화이트워싱 논란을 피해갈 수 없다. 우선 중국 자본의 눈치탓인지 의도적으로 "티벳"이라는 지명은 지워버린채 계속 "쿤룬"이라는 지명만 사용하며 아예 다른 차원에 있는 곳으로 치부해 버린다. 그리고 마담 가오를 추적하여 중국까지 쫓아가는데 우연찮게 만나는 사람들이 모두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한다. 내가 출장차 중국을 갔을때, 비지니스를 하는 사람들 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던 영어를! 지나가며 구걸하는 거지도 너무나 능숙하게 구사한다. 자기가 뭐 처음부터 거지였겠냐면서, 와우내.
동양문화를 다루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항상 불거지는 화이트 워싱 논란, 그리고 서양권에서 동양분화를 바라보는 시각. 그 썩은 오리엔탈리즘. 이 드라마는 딱 그만큼만 다루고있다. 데어데블의 전체 스토리에서 꾸준히 나왔던 "마담 가오", "핸드"에 대한 동양문화를 소비하는 방식, 특히 데어데블 시즌2에서 주요 악역으로 줄기차게 나왔던 "일본식 동양문화 소비방식"을 보며 내가 좀 예민한가 보다... 했던 부분이 이 드라마에서는 아, 내가 예민한게 아니었다는 것을 확답받게 된 기분이다. 그냥 서양사람들이 보고 싶은 환상적이고 신기하며 약간은 미개한 그런 동양문화, 소비재로서 양념치는 정도의 딱 그정도이다. 이런 드라마를 제작하며 동양문화에 대한 고민을 심도있게 한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 드라마에 따르면 뉴욕에 사는 동양계 사람들은 죄다 마약소굴이나 갱단에 몸담고 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맞지 않은 옷을 억지로 입고 있는 드라마
마블과 디펜더스 시리즈의 팬이라서 당연히, 시작한 드라마인데 솔직히 둘 중 어떤 것도 아니라면 이 드라마를 보지 않았을 것 같다. 일단 평면적인 떼쟁이 주인공과 그의 이해되지 않는 행동들.. 비글미 때문에 나름 귀엽네 하면서 (참고) 보고는 있다. 대니 랜드 행동에는 가장 중요한 정당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언뜻 보면 비슷한 캐릭터인 재벌2세 토니 스타크의 뻔뻔함과 귀여움의 반의 반의 반도 따라가지 못한다 ㅠㅠ 주인공의 행동이 마냥 민폐처럼만 여겨진다니.... ㅠㅠ
차라리 원작 코믹스의 설정 그대로, 초반에는 부모님의 의문의 죽음에 분노하고 회사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그래서 시청자들로 하여금 대니랜드라는 캐릭터에 충분히 공감을 하고 감정이입을 할 수 있게 해줬다면 이정도의 혹평이 쏟아지지는 않았을텐데 말이다. 뭐가 그리 급해서 회사를 되찾아마자 바로 핸드를 잡겠다고 나대는 거니.. ㅠㅠ 시리즈와의 연관성을 위해 핸드의 비중은 중후반부 이후에나 차차 늘려갔어도 충분했을 것들.... 드라마속의 이야기들은 이것저것 쳐내고 한 2~3시간 정도의 영화로 만들었어도 될법한 내용들이다. 13개의 에피소드로 만들면서 제대로된 선택과 집중을 하지 않아, 내용은 늘어지고 전개는 산으로 간다. 게다가 마블 코믹스내 최강의 맨손 무술 유단자가 보여주는 화려한 액션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인지.. 마블/넷블릭스 드라마들 중 유일하게 썩토지수를 기록 중...
일단 마블&디펜더스의 팬이니까 남은 5편의 에피소드도 모두 볼 예정이고 드라마 흐름에 재탕 삼탕도 하게 될 터인데 아마도 볼수록 아쉽고 화가 나는 드라마가 될 것 같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팬한테 이러는거 아닙니다...ㅠ
그래서 제 점수는요....
★★☆☆☆
별 1개는 눈물나게 불쌍한 워드 미첨을 위해..
별 1개는 애데리고 다니느라 고생한 클레어, 콜린, 조이를 위해..